노바스코샤는 삼면이 바다인데 왜 해산물 요리가 한국처럼 다양하지 않을까?
캐나다에서 살면 살 수록 점점 강하게 의문이 듭니다. 일식당 아니면 회는 먹을 수가 없고 회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회는 아닙니다. 게다가 가격은 또 ... 어마무시 합니다.
1. 왜 같은 바닷가인데 식문화는 다를까?
노바스코샤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반도입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형은 한국과 매우 비슷하지만, 의외로 노바스코샤에서는 한국처럼 다양한 해산물 요리를 일상에서 접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해산물 식문화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왜일까요?
이 글에서는 한국과 노바스코샤의 해산물 식문화를 비교하면서, 그 차이의 배경과 이유를 알아보고, 이민자 또는 여행객으로서 어떤 해산물 문화를 즐길 수 있는지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 식문화의 뿌리는 ‘기후’와 ‘역사’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이라고 해서 꼭 해산물 요리가 발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건 문화적 배경과 기후 조건, 식습관의 전통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요. 노바스코샤는 주로 영국과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정착해서 만든 지역입니다. 노바스코샤라는 이름도 New Scotland에서 유래된 것이고 많은 지역의 이름이 영국의 지명에서 비롯된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의 전통 식문화는 육류, 감자, 빵 중심이고, 해산물은 특별한 날이나 일부 요리(랍스터, 조개 수프)로만 먹었어요. 특별한 조리법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국의 대표적인 음식이 없는 것처럼 이곳 또한 그렇습니다.
- 한국: 바다와 가까운 지리 + 농경민족 → 김치, 젓갈, 생선회 등 해산물 보존식품이 다양하게 발달, 국물 문화
- 캐나다: 추운 기후 + 유럽식 식문화 → 보존용 육류와 곡물 중심 식단
한국은 농경과 어업이 발달한 국가로, 조선시대부터 생선회, 젓갈, 해물탕 같은 다양한 해산물 요리가 일상화되어 왔어요. 또한 한국의 습하고 더운 기후는 음식의 ‘보존’이 중요해서, 자연스럽게 발효 해산물 문화도 함께 발달했죠.
반면, 노바스코샤를 포함한 캐나다 동부 지역은 영국, 프랑스계 이민자들이 주를 이루며 정착했고, 이들의 식문화는 해산물보다는 육류와 곡물, 유제품 중심이었어요. 바다는 있어도 먹는 방식이 다르고, 조리법도 간단하게 찌거나 구워 먹는 방식이 많습니다. 따라서 해산물의 종류도 너무나 한정적이고 시장 또한 아주 작습니다.
학자 마빈 해리스(Marvin Harris)는 그의 문화생태학 이론에서, 식문화는 생태적 제약과 사회적 구조에 의해 형성된다고 설명했어요. 이 이론은 노바스코샤의 해산물 요리 문화가 단순히 자원이 아니라, 문화와 기후, 유통 시스템의 영향을 받았다는 걸 보여줍니다.
3. 구체적인 차이점 3가지
1) 회는 문화다 – '날것'을 대하는 다른 태도
한국은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문화에 아주 익숙합니다. 광어, 도미, 연어, 낙지, 멍게 등 다양한 해산물을 회, 젓갈, 무침 형태로 매일처럼 즐기죠. 이는 오랜 바닷가 문화와 발효·보존식의 전통에서 비롯된 식문화입니다.
반면 북미 문화권에서는 "날 생선을 먹는 것 자체가 아직도 '낯선 음식'"입니다. 생선회는 대체로 스시 레스토랑에서 ‘일본식 사시미’ 형태로만 접할 수 있으며, 그것도 연어, 참치, 가리비 등 제한된 종류에 그칩니다.
특히 한국처럼 활어를 즉석에서 손질해 회를 떠주는 문화는 거의 없고, 생선회를 '날고기'처럼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문화적인 차이죠. 그래서 노바스코샤처럼 바닷가에 있어도, 한국에서처럼 "오늘 저녁에 회 한 접시 먹자" 하는 자연스러운 분위기는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2) 바다를 앞에 두고도 멀게 느껴지는 해산물 – 유통과 보관의 한계
한국은 해산물 유통 속도가 정말 빠릅니다. 수산시장에서 잡은 생선이 그날 새벽 트럭을 타고 전국으로 배송되고, 아침이면 식탁에 오릅니다. 각 지역마다 수산물 시장이 발달해 있고, 소비자들의 회전율도 높아 항상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죠.
하지만 노바스코샤를 포함한 캐나다 동부 지역은 인구 밀도가 낮고, 지역 간 거리가 멀며, 유통 인프라가 비교적 취약한 편입니다. 바다를 옆에 두고도, 신선한 생선이 바로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과 거리가 길어요.
게다가 회처럼 ‘날로 먹는’ 음식은 유통과 보관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대부분의 해산물은 냉동이나 가공 형태로 유통됩니다. 그래서 수산물은 "축제 음식", "외식용 고급 요리"로 자리 잡았고, 한국처럼 마트나 시장에서 신선한 활어를 사는 문화는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3) 먹긴 먹지만 다르다 – 해산물을 대하는 방식의 차이
노바스코샤 사람들도 해산물을 좋아합니다.
특히 랍스터, 조개류(홍합, 바지락), 훈제 연어, 대서양 연어 스테이크는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고급 해산물입니다. 하지만 이 해산물들은 일상적인 식탁보다는 특별한 날, 외식 자리, 혹은 관광객을 위한 메뉴에 더 가깝습니다.
한국에서는 해산물이 정말 일상적입니다. 오징어 볶음, 멸치볶음, 어묵국, 조개탕, 해물파전 등 거의 매일 식탁에 오르죠. 가정식 반찬으로 자연스럽게 사용되며, 밥상에서 빠지지 않는 단백질 원천이기도 합니다.
반면 노바스코샤에서는 일상적인 단백질 식재료는 주로 육류(소고기, 닭고기, 돼지고기)나 가공식품(햄, 베이컨 등)이 차지하고 있고, 해산물은 한정된 요리법과 고급 요리로만 소비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한 한국은 해산물을 다양한 양념과 조리법으로 즐기는 반면, 이곳은 찜, 그릴, 수프 중심의 단순 조리법이 많고, 자극적인 양념보다 소금, 버터, 레몬 정도로 맛을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4. 같은 바다, 다른 식탁
노바스코샤와 한국은 모두 바닷가를 끼고 있지만, 해산물을 대하는 인식과 일상 식문화는 극명하게 다릅니다.
- 한국: 회, 젓갈, 해물 무침 등 날것과 양념 조리 중심
- 노바스코샤: 랍스터, 클램 차우더 등 찜·수프 형태의 단순 조리 중심
이 차이는 단순한 식재료 접근성보다도, 역사, 문화, 유통 시스템, 안전 인식이 만들어낸 문화적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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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마무리 인사
오늘은 한국과 캐나다 노바스코샤의 해산물 문화를 비교해보았습니다.
바닷가에 살아도, 먹는 방식과 문화는 이렇게 다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롭지 않나요?
혹시 여러분도 이민 생활 중 겪은 음식 문화 차이나, “이건 진짜 놀랐다!” 싶은 경험이 있다면 댓글이나 이메일로 공유해 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